언제나 스포츠 경기라는 것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것. 하지만 이번 경우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이기면 기뻐하고 지면 기운 빠지는 것이야 인지상정이지만, 경기를 책임지는 감독이라는 사람이 이토록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실로 상상하기 어려운 것인데, 그 상상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참고로, The bug stops here. 이렇게 쓰면 틀린 문장인 것은 잘 아시죠? bug는 벌레이니 벌레가 멈추는 그런 얘기 아닌 것. 맞는 표현은 아래에 있습니다
1. 클린스만 감독 경질 국민 여론 불러낸 답답한 경기
경기이번 요르단과의 축구경기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부진하자 독일 출신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해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런 주장이 안 나오면 이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8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4차전에서 요르단에 0-2로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해버리고 말았다. 정말로 답답하기 그지 없는 그런 경기였다.
이번 축구대표팀에는 세계적인 공격수로 평가받는 손흥민과 함께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등 최고의 선수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1960년 이후 처음으로 아시안컵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었다. 클린스만 감독 역시 지난해 3월 독일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부터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심지어 실패한다면 자신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내용의 인터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선수들의 투지에 힘입어 힘겹게 4강까지 진출했지만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던 슈틸리케는 '좀비축구', '해줘축구', '무전술축구' 등 다양한 별명을 얻으며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런 최고수준의 선수들이 이렇게 밖에 경기를 못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니...
클린스만 감독의 운도 요르단과의 4강전까지만이었다. 본선 진출에 실패한 이후로 모든 비난의 화살이 클린스만 감독을 향하고 있다. 축구팬들과 정치권에서 모두 이 문제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대구 시장 홍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면서 "위약금을 지불하고서라도 그를 해임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2. 클린스만 감독 경질 못하는 이유 위약금 때문?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그에 따른 위약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2023년 3월에 대한축구협회와 4년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의 유효기간은 북중미 월드컵이 종료되는 2026년 7월까지이다. 클린스만 감독과 구단이 맺은 세부 계약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축구계에서는 그의 연봉이 약 29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16강에 진출했던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연봉이 약 18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억 원 이상 높은 금액이다. 만약 감독이 스스로 사퇴한다면, 별도의 위약금은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3. 클린스만 감독 위약금 규모 추정
이와 반대로, 일반적으로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감독을 경질하는 경우에는 축구협회나 구단에서 해당 감독에게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 세부 사항은 달라질 수 있지만, 보통 남은 기간만큼의 급여를 지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패한 뒤에도 사퇴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즉, 본인이 스스로는 그만 두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그가 지휘봉을 내려놓기 위해서는 대한축구협회가 경질 의사를 밝혀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이 팀을 맡은 지는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아직 계약 기간이 2년 6개월이나 남아 있다. 향후 대한축구협회가 지급해야 할 기성용 선수의 잔여 연봉은 단순 계산 시 약 72억 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계약 조건에 따라서 비용이 추가되거나 감액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클린스만 감독이 데려왔던 코칭스태프의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까지 합하면 금액은 100억 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인다. 참... 잘못된 의사결정 하나가 어마어마한 위약금 파동을 이렇게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4. 클린스만 감독 경질과 위약금 사이에서 갈등하는 대한축구협회
막대한 위약금을 지불하고 경질한다고 해도, 새 감독을 선임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이 든다. 대한축구협회로서는 국가대표 감독의 경질 여부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 클린스만 감독을 데려오기로 결정할 때에도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했겠지만, 새 감독이 그보다 더 잘하리라는 보장은 없기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축구팬들과 전문가들은 그의 사임을 촉구하고 있다. 박문성 축구해설위원 역시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위약금이나 추가비용 등의 문제가 있겠지만 자칫하면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누가 해도 어려운 결정이 남아 있겠지만, 우리는 동일한 선수들을 데리고 감독 하나 바뀌었을뿐인데 다른 결과를 가져온 사례들을 너무도 많이 기억하고 있다.
The buck stops here.
모든 책임이 내게 있음을 나타낼 때에 쓰는 이 문장은 정치가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님을 기억해본다